‘유인희 헌정무대 공연을 보고’

고상한 삶의 향기

-유인희 헌정무대 공연을 보고-

원옥재(한인문인협회 회원)

*원로무용인 유인희 선생을 위한 헌정공연

*필자 원옥재

가을이 깊어가는 길목에서 한인사회에서 보기 드문 감동적인 행사에 다녀왔다.

캐나다에 한국전통에술을 알리는 무용가 금국향 감독이 원로 무용가 유인희 님을 재조명하는 헌정무대를 꾸몄다.

보통 헌정무대는 춤으로 배운 사랑을 춤으로 보답한다는 예술혼이 제자의 춤사위로 다시금 살아남을 보여주는 공연이라 한다.

그런데 금국향 예술감독은 유인희 전 이화여대 교수와는 사제지간도 아니고, 친분도 깊지 않았던 사이였기에 이 무대가 더욱 의미 깊고 빛났다고 생각한다.

순전히 “유인희 님의 춤의 역사가 맥을 이어 앞으로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로 길이길이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다”고 하니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아마도 그 분은 심지가 곧은 분임에 틀림없다.

올해 구순을 맞이한 유인희님은 내게는 고교 대선배님이다. 아담한 몸매에 세련된 외모를 갖추시고, 언행에 고상한 품격이 물씬 묻어나는 사려깊은 분이다.

무엇보다도 무용에 대한 사명감과 타오르는 열정이 남다른 분이다.

1991년 유인희님이 토론토에서 무용발표회를 가졌을 때가 기억난다.

겨우 40살 초반이었던 나는 아직 이 땅에서 어떻게 내 인생을 살아내야 할지 허둥대고 있을 때였다.

당시 그 무용 발표회를 보고 감동해서 쓴 글이 <비상하는 여인의 아름다움>이었다.

무대 위에서 온 열과 혼을 바쳐서 무용에 몰입한 우아한 모습이 한마리 학처럼 보였다.

몸의 흐름과 일치된 유연한 손놀림과 살짝 쳐든 치마 밑으로 내비치는 고은 속치마가 숨을 멎게 만들었다.

그도 잠시, 살며시 이어지는 하얀 버선발의 디딤동작이 호흡과 감정을 타고 표현되는 한국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으니 말이다.   

오늘 32년 만에 다시 유인희님이 헌정무대의 주인공으로 선 모습을 대하니 이번에는 그 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눈에 보이는듯 했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고상한 삶의 향기가 퍼져오는 듯했다.

이미 유인희님은 토론토 한인사회에서 많은 단체의 이사와 자문위원으로 봉사하여 인정을 받았고, 모교를 빛낸 졸업생 중에서 선발되는 영광스러운 상을 진명여고에서는 <아름다운 진명인>, 이화여대에서는 <영원한 이화인>상을 받은 분이다.

첫 순서인 <아리랑>과 마지막 순서인 <영원한 나의 모국>에 출연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누가 구순의 무용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는 감동이 전해왔다.

 특히 이제는 두 조국을 가진 우리이기에 편곡한 <애국가>와 <오 캐나다>에 맞춰 추는 춤사위는 두 나라를 사랑하는 우리들의 염원이라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특히 한국 미국 캐나다의 후배 무용인들이 참여한 헌정무대는 따뜻하고 흐뭇했다.

국가무형문화재로서 태평무 보유자인 박재희님의 영상 축하공연, 미국 뉴저지 전통예술 아카데미 김미자 원장의 진쇠과 한량무, 토론토 나빌레라 한국무용단의 동추수건과 장구춤, 캐나다 한국전통 예술공연단의 입춤과 살풀이춤, 그리고 <영원한 나의 모국>, 조혜령 소프라노와 앤드류 다오 크라리넷 연주자 앙상블이 부른 이수인의<내 마음의 강물>, 이 모든 분들이 헌정무대를 빛내준 분들이라 감사를 드린다.

가을바람을 타고 마음까지 추워지고 있는데 멋진 공연으로 가슴 훈훈해진 날이다. 역시 인생은 가도 예술의 향기는 사라지지 않는가 보다.

무엇보다도 생애 최고의 날을 맞이한 유인희님의 특별한 후배 사랑이 고상한 품격으로 돋보인 날이다.

모쪼록 남은 여생도 건강과 평안으로, 오가는 따뜻한 사랑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라며 열렬한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Previous
Previous

“법원이 재판할 여력이 없다”

Next
Next

Beer Store 곧 사라질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