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WA만 닮아라
-토론토의 수많은 한인단체들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인단체들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한마디로 참 어설프고 프로답지 못하다는 것이다.
주최측은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땀을 흘렸을테지만 객석에 앉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불편한 경우가 많다.
0…그런데 토론토의 하고많은 한인단체들 중에서 가장 프로패셔널하고 모범적으로 돌아가는 단체가 있다.
바로 캐나다한인여성회(KCWA)다.
1985년에 창립된 KCWA는 조직이나 운영 체계, 예산 관련, 동포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등에서 일사분란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래서 KCWA가 하는 행사는 믿음과 신뢰가 간다.
0…지난 주말(9월 28일) KCWA가 주최한 한인동포단체 네트워킹 행사에 참석한 소감도 그랬다.
널찍한 캐네디언 교회에서 열린 이 행사는 그 가치가 매우 빚났다.
이 행사는 토론토 한인사회에서 활동하는 크고작은 여러 동포단체 및 모임들을 일반인들에게 서로 소개하고 단체간의 상호 네트워킹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됐다.
32개의 한인단체들이 참가한 이 행사는 시종일관 질서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특히 우리들 눈과 귀에 익숙한 ‘기성단체’들 말고 소규모이지만 알차고 의미있게 운영되는 단체들이 대거 참석해 의미가 더욱 빛났다.
0…이들 단체는 빠듯한 예산과 다중의 관심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단체들을 여러 대중에게 소개함으로써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토론토총영사관과 재외동포청이 행사를 지원한 데는 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아마 기존의 그 익숙한 단체들이 참석했더라면 별로 의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한 KCWA와 공관에 박수를 보낸다.
0…우리가 캐나다에 살고는 있지만 언어나 문화차이 등으로 인해 현지사회에 동화되어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결국 우리들만이라도 오순도순 서로 도우며 힘을 합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각급 학교 동창회, 고향 향우회, 종교단체, 문화예술, 스포츠 동호회, 골프모임 등이 무수히 많지만 상호 교류하면서 지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자기네끼리만 어울리고, 남을 배려하거나 도와주는 분위기는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러다 보니 남의 단체 일에는 관심도 없고 서로 얼굴도 잘 모른다.
0…이런 현실에서 여러 단체들을 한곳에 초청해 서로 네트워크를 맺도록 연결해주는 일은 무척 의미가 크다고 본다.
따라서 이런 행사는 앞으로도 자주 있어야겠다.
0…사실 이런 행사는 토론토의 대표적인 한인단체인 한인회가 주도적으로 했어야 한다.
그런데 한인회는 과연 그럴 준비가 돼있는가, 이런 기회에 자성을 해볼 필요가 있다.
밥그릇을 빼앗겼다고 불평할게 아니라 이런 의미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프로패셔널하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동포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0…한 단체의 리더 역할도 무척 크다.
한인여성회는 남성인 박태준 박사(정신과 전문의)가 회장을 맡아 8년째 훌륭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그의 영어연설 실력이나 조직운영 리더십은 매우 탁월하다.
그가 아니었다면 여성회도 아마 다른 단체들처럼 삐걱거렸을지 모른다.
이래서 단체장을 맡을 사람은 무엇보다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럴 능력이 없으면 처음부터 나오질 말아야 한다.
0…리더가 약하다 보니 많은 한인단체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느 단체는 가족끼리 직책을 나누어 맡고 있다.
한인단체를 무슨 사유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한 업무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겠는가.
이러니 사람들은 그곳엘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를 않는 것이다.
0…이 단체에서 무슨 행사를 해도 참석자가 매우 적다.
왜 그럴까. 홍보도 제대로 안되고 보도자료도 엉성하기 그지 없다.
나 스스로가 그 단체에서 하는 행사엔 참석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0…그런가 하면 몇몇 단체는 조직운영을 둘러싸고 회원들간에 갈등과 내분에 휩싸여 반쪽짜리가 돼버렸다.
이런 단체들은 차라리 해산하는 것이 낫다.
외국까지 나와서 분란을 일으키고 대외적으로 동포들 망신이나 시키려면 그런 단체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
0…특히 단체장을 하면서 목에 힘이나 주고 상석(上席)이나 기웃거리려면 아예 나서질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열린 토론토(블루어) 한인노인회 워커톤 행사를 지켜보면서 김영환 이사장의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유독 눈에 띄었다.
소위 내빈이란 사람들이 뜨거운 햇볕을 피해 텐트 속에 앉아 폼을 잡고 있는 가운데, 김 이사장은 집기부터 행사 진행까지 모든 허드렛일을 도맡아 챙기느라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허름한 청바지와 티셔츠 등 간편복 차림으로 이리저리 뛰는 모습을 보고 참 감동을 받았다.
0…그날 참석자가 많아 밥이 동나는 바람에 점심도 못먹고 왔지만 김 이사장의 성실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푸근해졌다.
단체장은 바로 이래야 한다.
0…토론토의 많은 한인단체들은 여성회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KCWA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관련업무를 맡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들도 매우 알차고 유익하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다른 단체들과 질적으로 다르다.
한인동포 단체들이 KCWA만큼만 해준다면 참 좋겠다.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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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한인뉴스 대표 이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