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바다 전남 무안공항

*<이 시각 주요뉴스 Recap>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폭발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가면 난 어떡하라고…"크리스마스에 떠난 여행이 악몽돼

할머니·손주까지 일가족 참변…패키지 특성상 가족 여행객 다수

탑승자들 "여객기에 문제가 생겼다" 문자가 마지막 인사

무안공항 대합실 유가족들 통곡·절규로 가득차

*불길에 휩싸인 항공기

(전남 무안)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여객기는 착륙 직전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을 주의하라는 경고를 받았고, 이후 관제탑에 구조요청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현장에서 사망한 희생자를 수습하고 있으며, 신원 확인과 사고 원인 규명에도 주력하고 있다.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탑승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무안공항 대합실에는 비명과도 같은 날카로운 통곡이 울려 퍼졌다.

"이렇게 가면 나는 어떻게 하느냐"는 누군가의 절규는 같은 장소에 있던 다른 가족들의 마음에도 파고들었다.

*항공기 충돌시고 현장

가족을 잃은 진한 슬픔이 담긴 통곡과 절규가 이어지자 장내는 눈물바다가 됐다.

"살아있기만 바랐는데…"라고 혼잣말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가족, "얼굴이라도 보게 해주라며" 분통을 터트리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모두 황망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들 가족을 서로를 껴안거나 두 손을 맞잡고 서로의 슬픔을 달랬지만 터져 나오는 울음은 참을 수 없었다.

패키지 여행을 주로 다니는 전세기의 특성상 가족여행을 다녀오던 가족 간의 참변이 유독 많아 보였다.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60대 남성 A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형수와 그의 딸 부부, 부부의 어린 미성년 자녀들까지 3대에 걸친 일가족 5명이 사고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고 했다.

가족여행차 태국으로 떠났다가 주검으로 돌아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A씨는 "형수가 사고가 난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달려왔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며느리들끼리 매년 해외여행을 함께 다녀올 정도로 화목했던 가족도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연말을 맞아 추억을 쌓기 위해 크리스마스에 출발한 여행이 악몽으로 끝나버렸다.

유가족 B씨는 "지난해에도 같은 멤버로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며 울먹였다.

여객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족 '단톡방'에 메시지를 받은 유가족도 있었다.

탑승자들은 기내에서 '조류 충돌' 내용을 안내받은 듯 '여객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알리면서 별일 아닌 듯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농담을 마지막으로 메시지는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대합실을 찾아온 박모(52) 씨도 친구의 사고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친구가 얼마 전 해외여행 간다고 했는데 아침에 뉴스 보니까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하더라"며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에 공항에 왔는데 친구네 가족들이 여기 있는 걸 보니까 안 좋은 예감이 맞았던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뉴스를 보던 한 가족도 "아이고 어제 전화했는데…". "놀러 간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라고 말을 채 잇지 못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김모(33) 씨는 "언니가 저 비행기에 탔다"며 "그동안 늘 고생만 하다가 이제 형편이 나아져서 놀러 간 건데…"라고 울먹였다.

◇ 국내 항공기 사고 역대 3번째 피해

29일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여객기 기체는 활주로 주변의 시설물인 외벽에 충돌하면서 반파됐고, 불길에 휩싸였다.

사고가 난 기종은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객실승무원 4명 및 조종사 2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175명은 한국인이 173명, 나머지 2명은 태국인이다.

여객기 기체는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소방 당국은 오전 9시 46분쯤 초기 진화를 마쳤고, 기체 후미에서 부상자 2명을 잇달아 구조했다.

부상자 2명은 모두 승무원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부상자들은 목포지역 종합병원 2곳으로 분산됐고, 이후 이대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으로 각각 재이송됐다.

소방 당국은 오후 8시 38분께 나머지 탑승자 179명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번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항공기 사고 가운데 가장 인명피해가 큰 참사로 남게 됐다.

사고 발생 장소를 해외까지 확대하면 이번 참사는 우리나라 항공기 사고 가운데 1983년 대한항공 격추(269명),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225명 사망)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인명피해가 큰 사고다.

◇ 국토부 "조류충돌 경고 후 구조요청 신호"

이날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은 오전 1시 30분께 방콕에서 출발해, 오전 8시 30분께 무안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예정했던 도착 시간에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하지 못한 여객기는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가 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4분께 무안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 활동(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이어 8시 59분께 사고기 기장이 관제탑에 구조 요청 신호인 '메이데이'를 보냈다.

사고기는 오전 9시께 당초 착륙해야 하는 방향(01활주로)의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이후 3분 후인 9시 3분께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 이 활주로에 착륙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무안공항 활주로가 짧은 탓에 충돌사고가 났을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국토부는 "사고 기종인 B737-800은 1천500∼1천600m의 활주로에도 충분히 착륙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다른 항공기도 문제 없이 운행해 왔기에 활주로 길이를 사고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사고기를 운항한 2명의 조종사는 기장의 경우 6천823시간, 부기장의 경우 1천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었다.

각각 2019년 3월, 지난해 2월부터 현 직책을 맡아 B737-800 기종만 6천96시간, 1천339시간을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인명 피해 규모가 커진 데 대해 "동체 착륙을 한 뒤 화재가 났고 그 뒤에 소방 당국이 바로 출동했다"며 "어떤 원인으로 피해 규모가 커졌는지는 조금 더 조사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여객기 사고의 조사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린다"며 "기체가 외국에서 제작된 데다 기체 문제와 조종 절차, 외부 요인 등 복합적 상황을 조사해야 해 장시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측은 이날 오후 무안공항에서 브리핑을 열어 "무리한 운항은 없었다. 계획된 일정에 맞춰 항공기 정비 등을 철저히 하고 있고 출발 전후 꼼꼼하게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광주·전남 지역민 피해 집중 가능성

무안국제공항은 광주와 전남 지역민이 주로 이용하고 있어 인명피해도 이 지역에 집중됐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공항은 국내선만 취항하고 있어 광주에서 국제선을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이 무안이다.

여수공항 역시 국내선만 취항해 무안 등 전남 서부권은 물론 여수, 순천, 광양 등 동부권 도민들도 국제선 이용을 위해 무안공항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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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한인뉴스 대표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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