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억 목사 특별기고

조성훈의 재선이 의미하는 것

*김대억 목사

1971년 7월의 마지막 날 밤에 토론토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난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는 소년처럼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질렀다. 지상의 천국이며, 약속의 땅으로 알려진 캐나다에 왔으니 나를 속박했던 가난과 역경을 뒤로하고 보람된 인생의 열매를 맺으며 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캐나다는 광대하고 아름다웠다. 그 광활한 땅을 질서정연하게 다듬어 놓은 솜씨 또한 나를 경탄하게 만들었다. 보지도 듣지도 못한 각종 복지시설들과 사회보장제도들은 내가 선 땅이 낙원이 아닌가? 라 착각하게 할 만큼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가나안 복지처럼 비옥하고 풍요로운 이 땅 위에 선 나의 모습은 너무도 초라하고 미약함을 느껴야 했다. 아무도 나의 경력과 학력을 인정해주지 않았음은 물론 가슴에 품은 꿈을 이루겠다는 나를 격려해주려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영주권을 허락했으니 합당한 직장을 알선해 달라는 요청을 항의로 받아드렸는지 이민국 관리는 냉정한 어조로 답했다. "Who told you to come to Canada?" (당신이 선택하여 캐나다에 온 것이 아닌가요)?

그 후 상당 기간 난 “이 나라에 머물려야 하는가? 돌아가야 하는가?”는 독백을 수없이 되풀이해야 했다. 그때 그와 같은 번민을 하며 괴로워했던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시기에 이곳에 발을 디딘 많은 이민자들이 나와 같은 문제를 안고 진통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 이민자들이 당면했던 또 하나의 공통적인 문제는 언어와 풍습과 제도와 문화가 전혀 다른 이 나라에 정착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인도하며 상담해 줄 수 있는 한인기관이나 단체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초창기 이민자들은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관계당국에 청원할 일이 생겨도 그 절차도 모르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 주저앉아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 박탈당하거나 노골적인 인종적 멸시를 당하면서도 이 정도는 우리가 감수해야 한다고 여긴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의 한인사회는 이 나라의 어떤 소수민족들보다 단단한 기초를 마련했고, 상당수의 동포들이 확고한 경제적 기반도 확립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민 1세들의 피와 눈물과 땀에 힘입어 많은 이민 2세들이 이곳 주류사회의 요소마다 파고들어 복합문화를 지향하는 캐나다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시기에 39세의 젊은 한인 2세 조성훈(Stan Cho)이 캐나다 정계에 그 모습을 들어낸 것이다.

4년 전 조성훈이 토론토 윌로우데일 지역의 보수당 후보로 주의원에 출마했을 때 동포사회는 그의 과감한 결단에 박수를 보내며 그를 주의회에 입성시키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아낌없이 바쳤다.

한인 이민사회가 이 땅위에 견고한 기반을 다졌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아들딸들이 이 나라의 주요부서와 기관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동포들을 결집시키며, 한민족의 후예들이 지닌 우수한 두뇌와 능력이 캐나다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유능한 정치인의 활동이 필요한 것을 모두가 통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성훈이 이 중대한 시대적 사명을 수행하겠노라 나선 것은 그가 정치가로서 성공하겠다는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이민 1세들이 그들의 삶을 바쳐가며 가꾸어 놓은 한인사회를 더욱 단단한 발판 위에 올려놓고 발전시키며, 우리가 삶의 터전으로 선택한 캐나다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소명의식 때문임을 많은 동포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조성훈은 이 중대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의지와 용기와 능력을 지닌 젊은이다. 주의회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그는 “노약자를 위한 복지증진”, “한인동포사회 경제 활성화”,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의 공약을 내걸었는데, 세 가지 모두 오늘보다 나은 동포사회를 이룩하며, 캐나다를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민족적 사명의식과 역사의식을 지닌 조성훈의 용기 있는 결단과 그를 후원하는 동포들의 뭉쳐진 힘은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다. 2018년 6월 7일 실시된 선거에서 그는 총 투표자의 43.6%에 달하는 1만7,732표를 얻어 26.6%의 지지를 얻은 2위 후보를 따돌리고 주의원에 당선되었던 것이다.

본인과 가족들은 물론 한인사회 전체를 기쁘게 한 경사였다. 하지만 그의 정치행보를 조금은 불안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이들도 있었을지 모른다. 탁월한 정치 감각과 설득력을 지녔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기본적인 요소인 인화력과 포용력도 갖추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주의회에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노파심을 가진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 같은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 지를 꾸짖기나 하듯이 조성훈은 우리들의 기대를 훨씬 능가하는 의정활동을 보여주었다. 평소에는 약간 부끄러워하는 태도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단 위에 오르거나 마이크를 잡으면 선배의원들을 무색하게 하는 웅변가로 변해버리는 조성훈이다. 연설 실력만 월등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상황 판단에 근거한 정책 수립에도 노련한 정치인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는 조성훈임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정책이나 계획을 실천하는 적극성과 열성 또한 놀라운 것이어서 그는 발표한 것을 실천에 옮기는 믿음직한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초선임에도 그가 재무 차관보를 거쳐 교통부 부장관의 중책을 맡아 활동하는 것을 보며 자랑스럽고 흐뭇한 마음 금할 수 없다. 그가 어려움을 당하는 동포들을 성의를 다해 보살펴준다는 사실은 그의 도움을 직접 받은 이들과 그것을 지켜본 사람들에 의해 널리 알려져 있다.

부모님들이 이민초기에 베카 밀크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모습을 목격하며 성장한 그는 이민자들의 문제점들과 그것들로 인해 그들이 당하는 슬픔과 아픔과 고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조성훈이야 말로 모든 것이 생소한 이역 땅에서 방황하는 동포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한인사회를 수많은 인종들이 모여 사는 이 나라에서 모범적인 집합체로 만들 수 있는 적임자인 것이다.

지난 4년간 조성훈이 보여준 효과적이며 왕성한 의정활동을 지켜본 유권자들이 이번에도 그를 선택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동포들이 가만히 앉아서 그의 재선을 축하할 준비만을 해서는 안 될 줄 안다. 윌로우데일에 거주하는 이들은 물론 모든 동포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그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협조하며 지원하는 것이 우리들의 의무이며 권리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1일 있었던 후원회 모임에 참석한 분들이 기필코 조성훈을 재선시켜야 하겠다는 의지와 결단을 보여준 것은 기쁘고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선거구 동포들이 모두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지난 번 선거에서 조성훈이 상대를 여유 있게 누르고 승리했지만 우리 동포들의 투표율은 지극히 저조했다. 투표한 분들이 전체 한인유권자 7,300여 명의 30%에 불과한 2,200여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투표권을 지닌 모든 동포들이 빠짐없이 귀중한 한 표를 우리들의 젊고 유능한 정치인 조성훈에게 던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래야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면”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수 있듯이 앞장선 조성훈과 뒤에서 그를 미는 동포들의 합쳐진 힘이 놀라운 위력을 발휘하여 한인사회의 번영과 발전을 가져오며, 우리들이 사는 캐나다를 안정되고 평화로운 나라로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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