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해 수필
사과로 높이며 사랑하며
-《선선과를 가득 품고서》
사과에 관한 것은 그림이든 스토리든 무엇이든 먹지 않아도 배불러서 흥미있고 끌림이 있습니다.
저는 과일 중 사과를 특별히 좋아합니다.
우리말로 사과는, 사과합니다 라며 자잘한 잘못이라도 하게 되어 용서를 구할 때 하는 말이기도 하지요. 사과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은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사과 밭이 있었던 우리 집은 사과 나무 두 그루를 집 뒷마당에다 어른들이 옮겨 심었습니다. 대가족 안에서 과일 나무가 골고루 있어서 마음이 늘 풍요로움 속에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꽃을 즐겨 가꾸시던 어른들 덕분에 정원의 꽃은 물론이었거니와 과일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눈부신 아름다움에 취해서 마냥 행복하던 어린 시절을 기억합니다.
봄에 피던 살구꽃의 화사함으로 시작해서 사과꽃과 감꽃이며 아기자기한 대추꽃과 석류꽃 등 향기도 좋거니와 보기에도 좋아서 지금도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그 중에 우리 가족과 함께 자라서 정겹던 사과나무 두 그루 중 한 그루는 익어도 파아란 색 종류의 사과로서 단맛이 월등한 과일나무였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사과를 먹으면 마음이 더 순해지는 기분이 들어 참 좋습니다. 선물로 사과를 받아도 좋지만 선물로 사과를 고르는 일도 기분이 참 좋습니다. 사과의 겸손한 의미도 함께 대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으니까요.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를 떠올리다 보면 우리는 악이란 단어는 듣지도 말하지도 아예 쓰지도 말며 멀리하여야 하므로, 우리의 생명에 온기를 더해주는 선선과라 명명하며 대한다면 얼마나 더 감사하고 기쁠까 싶기도 합니다.
우리를 지으신 이의 기쁨이 되도록 즐겁고 감사함으로 모든 생명과 무생명에 대해서도 경외심마저 느끼며 대한다면 스스로에게 밝은 영의 양식이 되어 더 맑은 자신으로 거듭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지는 것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사계절 철마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화폭에 담은 친구가 얼마 전 그림 전시를 했습니다. 그 친구 집에 일이 있어서 들렸더니 뒷마당에 의젓하게 자리잡은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를 한아름 따서 주는데 고맙기도 하거니와 어찌나 재미있던지요.
오는 길에 가까운 두 분의 집 앞에 멈춰서 선걸음으로 나눠 주기도 하며 집으로도 가져왔답니다. 주님이 주신 모든 것은 유용하며 소중하여 의미가 있으니 감사하기 그지 없습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어찌 잘한 일만 있을까요. 저마다 마음의 창고에 선선과를 많이들 품고 키워서 우리 모두 심신이 더 건강해지면 좋겠습니다.
사과로 서로 높이며 사랑하는 행복한 우리의 모습은 우리를 지으시고 보내신 창조주가 보시기에도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2021년 1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