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 교수 변호사가 튀긴 치킨은 어떤 맛일까?”
<화제의 인물>
한국의 화려한 경력 뒤로 한 채 토론토에서 치킨집 사장으로 변신한
쏜힐 월드온영 푸드코트 내 ‘백치킨(The 100 Chicken)’ 백승재 대표
“낯선 이국 땅에서 모국의 경력은 모두 무용지물…뭐든지 할 각오로 열심히”
“온갖 우여곡절 끝에 이젠 정착단계…캐나다에 100개 프랜차이즈 만들고 싶어”
<백승재 사장 인적사항>
-55세, 고려대 수학과 졸, 법학박사 수료
-EY한영회계법인 법무실장 전무, EY 파트너,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장, 한국세무변호사회 회장, 고대, 연대, 서강대 로스쿨, 법무대학원 주임교수 내지 겸임교수
-부인 우정혜(55세, 서강대 물리학과, 서울대 물리학과 대학원 2년 재학)
-연락처 : 647-894-1860 /가게: 647-482-7181
직업에 귀천(貴賤)은 없다. 특히 캐나다 같이 비교적 평등한 사회에서는… 하지만 사람의 뇌리엔 선입견이란 것이 있다. “이런 사람이 왜 이런 일을 하지?”
그의 모국 경력이 무척 화려하다. 로스쿨, 변호사, 대학교수… 그런 그가 이제 조그마한 공간에서 치킨을 튀기고 잔치국수를 삶아내는 분식(치킨)집 사장으로 변신했다. 왜 그랬을까?
Thornhill 월드온영 빌딩 안의 푸드코트에서 ‘100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백승재(55) 사장. 그를 만나 인생의 대전환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이민은 언제, 왜 오게 되었나?
*두 아들과 집사람은 2012년에 영주권을 받아 캐나다에 들어오고, 저만 한국에 따로 살다가 가족들과 함께 살고자 2020년 1월 말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들어왔습니다.
현재 큰아들은 PWC 회계법인에 다니고 작은 아들은 워털루 공대에 다니고 있습니다.
-요식업에 뛰어든 사연 또는 동기가 궁금한데?
*2020년 토론토에 오자마자 코로나로 락다운되어 PR카드를 갱신해줄 IRCC도 문을 닫아 정부지원금도 못 받고, 로펌은 물론 우버드라이버조차 될 수가 없었습니다. 실의에 빠지고 너무 답답해하던 중 임시거처인 아파트 주변이 매우 지저분해서 동네와 공원, 길거리, 화장실 등을 매일 하루에 4~5시간씩 넘게 청소하자 고맙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심지어 함께 청소하는 분들도 생겨 모든걸 버리고 캐나다에 왔지만 뭐든 할 수 있겠다는 큰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와 함께 앞으론 뭐하며 살지를 고민했는데, 비록 세계1~2위 회계컨설팅 기업의 글로벌 법무파트너로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영어능력의 요구수준과 캐나다에서의 미미한 실무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지고는 여기서 변호사나 회계, 세무 업무로 성공할 수 없고 오히려 의뢰인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반면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했고 어떤 음식이든지 맛을 그릴 줄 아는 능력이 있었기에 인생2막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보자는 맘으로 레스토랑 비즈니스에 도전했습니다.
-화려한 경력에 비해 치킨집을 경영하는데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캐나다는 다문화 국가라 음식문화가 서로 많이 달라서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치킨은 모든 민족, 종교를 아우르는 아이템이라 생각했습니다. 그중에도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은 최근 K-Culture붐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도 유행하고 있어 이를 선택했습니다.
-그동안 겪은 고민이나 고생담이 있다면?
*치킨을 아이템으로 정한 뒤 실전경험을 위해 치킨집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을 한번도 안해본 터라 주방일에 대한 개념이 없다며 출근 하루만에 잘리고 말았습니다. ㅎ. 그 이후 다시 출근해서 열심히 일해도 매일 실수하고 심지어 왜 혼나는 지도 모르고 욕먹고 혼날 땐 마음 속으로 눈물짓는 날이 많았습니다.
모 유명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 근무할 땐 아들뻘 되는 친구한테 무시당하고 욕먹어 가면서도 내 이름으로 된 치킨집 창업을 하겠다는 목표 하나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갔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만의 브랜드로 프랜차이즈를 만들겠다고 생각하여 8개월동안 매일 수많은 실험과 실패를 거쳐 고소함과 바삭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10가지 곡물을 넣어 만든 '치킨 파우더'도 직접 개발하고 Secret Spicy 등 15가지 종류의 모든 '소스 레시피'와 한식요리도 포함한 '30개의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치킨맛을 좌우하는 염지방법을 기존의 3가지 카테고리와 다른 '접착식 저온 야채염지법'을 찾아내 이를 개발해 물질특허 출원을 기획했습니다. 또한 프랜차이즈 사업 성공의 핵심은 제조의 간편성과 맛의 일관성이라 생각해 원팩푸드를 만드는데 매진하여, 예컨대 인기상품인 떡볶이를 만드는데 고추장, 간장 등을 넣지 않고 딱 1스푼의 혼합가루만 넣으면 되도록 만들기 위해 15가지가 넘는 재료들을 넣었다 뺐다, 가열했다 얼렸다 하며 수없이 많은 실험을 통해 떡볶이 가루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돈도 별로 없었는데 그마저도 투자했던 주식이 10분의 1로 토막나고 수입도 없어 1불도 아까워 벌벌떨며 살았기에 전문가를 고용할 돈이 없어 라이센스가 필요한 업무를 제외한 메뉴개발, 로고제작, 공사, 인테리어, 컴퓨터 작업, 회계, 세무, 법률 등 창업 과정의 거의 모든 일을 저와 저의 집사람이 직접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교통사고도 당하고, 인테리어 작업 중 머리를 부딪혀 12바늘을 꿰메는 부상도 당하고, 집사람은 사다리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지기도 했으며, 집마당의 나무가 쓰러져 지붕을 덮치는 등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또는 포부가 있다면?
*캐나다에서 인생 2막을 열어주신 하느님이 주신 소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The 100 Chicken (백치킨)이 캐나다 국내 100개 매장을 가진 프랜차이즈로 성장하길 소망하며, 2천억 재산의 드림헬퍼라는 재단을 만들어 인류의 빈곤퇴치와 문화창달, 영적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한인동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백치킨이 2021년 8월 18일 창업한지 1년 5개월이 넘도록 구글 평점 5점 만점에 4.9점 만들어 주시고, 2시간 걸려 런던이나 배리에서 저희 치킨 드시러 오시는 단골 고객님들, 작년 10월에 드시고 미국으로 돌아가신 후 그 맛을 잊지 못해 여친 데리고 다시 방문했다며 격려말씀 주신 고객님, 저희집 홍보영상을 2편이나 자발적으로 만들어 주신 고객님들, 정말 맛있고 친절하다며 이멜과 문자 주신 많은 분들, 홍보하나 안하는 데도 스스로 입소문 내주신 고객님들, 작년 12월 눈폭풍에도 불구하고 2022년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게 만들어주신 고객님들을 뵈면 모두 수호천사 같습니다.
그래서 저와 저희 집사람은 고객님을 대할 때 수호천사님이라 생각하고 대접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를 세워 주시고 격려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우리 동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른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희 부부는 치킨집을 함께 하며 처음에는 정말 많이 싸웠습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어 지금은 누구보다 더 믿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치킨집을 운영하면서 창조의 기쁨도 알게 되고 우주의 신비도 느끼며, 영적성장도 이뤄짐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고맙고 귀중한 경험입니다. 매일 매일이 육체적으론 힘들지만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이뤄질지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캐나다에 인생 2막을 열어준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