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시단

밴쿠버에서
-민초 이유식 시인

꽃들아 피었다가

시들어진다고 슬퍼 말라

이맘 때면 민들레꽃

지천으로 피어나

흰머리털 흔들며 지구를 날고

작고한 친구 유인형이 나를 찾는다

피어서 영원히 피어 있는

너의 행복한 시간과 순간만을 생각하라

수국 장미 해당화 작약 수선화 꽃 꽃

밴쿠버라는 도시

내가 좋아하는 꽃들만 모여 있는 곳

그 중에서도 수국은 나에게 눈물을 남기누나

내가 너와 대화를 할 때면

너의 빛깔은 흰색에서 연보라색으로

노랑에서 자주색으로

너의 변하는 모습은

떠나간 여인의 마음 같구나

그래도 태양이 뜨고 석양도 오고

언제나 찾아 올 것만 같은 향내 바람이 분다

고래 떼들이 날개를 퍼덕이니

태평양 푸른 물결 속에

노을빛 따라 그리움 솟아나고

먼 곳의 뱃고동 소리 슬피 울며

꽃잎 시들어간 페허 위에

진애의 눈물만 고이누나

민초 이 유식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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