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시단
남이섬의 갈대
(이유식 시인)
갈대들 손짓하면
억새풀도 손짓하며
서로 서로 손뼉치며 정처없는 길 떠나더라
허허로운 야생화 핀 들녘처럼
세속의 속옷 벗은 허수아비
허 이 허 이 아리랑 아리랑 쓰리 쓰리랑
생존에 귀한 시간 단풍잎으로 물들어가고
바램이 없이 손을 펴는 불나비
길잃은 낭인 되어 신령님께 기도하더라
모든 것 바람부는 자연에 맡기고
연륜 따라 강물로 흐르는 길목
순애의 집착끈 만지면서
야생화 웃음짓는 오솔길에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해맑은 창공에 한마리의 까치 되어
나를 아는 모든 분들의 건승과 축복을
(민초 이유식 2023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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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의 산실>
한달이 훨씬 넘어가건만 나의 질병은 이 전문의 저 저문의 이 한방 저 한방을 헤매도는 이방인이 되었다.
나의 제1의 조국이 어이 이리 남의 나라에 왔는 것 같을까? 반세기를 남의 땅에서 탁란으로 살아온 탓일까. 문화적 이질감을 느낌이 절실한 현실이다.
어디로 가야할지 방랑의 길은 끝이 없는데, 찾아뵙고 싶은 분들, 만나야 할 잊지 못할 친구들, 고향의 동구밖 까치 울음소리도 모른 척 하루하루 나 자신을 시간과 공간 속을 헤매도는 이 탁란의 울음은 끝이 없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의 도리를 못하고 한세상 살아온 연륜이 너무나 야속하다. 하지만 세월은 나를 잡아두지 않고 병마는 나의 육신을 괴롭힌다.
오늘은 여식이 남이섬으로 가을 단풍잎 보자는 제의에 선뜻 차에 오른다.경제적인 발전은 사람들의 인성을 피폐하게 만드나. 아니면 경쟁의 삶이 민족의 갈길에 아름다움보다 자아 본의의 삶이 실망스러움을 안겨준다.
사람냄새 찾을 길 없다함은 나의 졸견일까? 너무나 안타깝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이기적으로 가변하는 현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나의 눈에는 모든 사람들이 누구나 greedy하고 selfish하게만 보이니 그저 서글품 뿐이다.
화자의 관점의 변화를 탓해 보나, 화자의 식견과 수양의 부족이 나를 괴롭힌다.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 갈대들과 억새풀과 어울려 파아란 하늘을 보니 눈물이 고인다.
반세기 전의 남이섬과 지금의 남이섬의 변화만큼 조국도 이렇게 변했고 화자도 변했음에 자신을 각인해 본다. 民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