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시단
8월의 시
<촛불이 탄다>
(민초 이유식)
7월의 폭염도 가고
혼자 서 있는 나무에 촛불이 탄다
말 못하는 나무도 외롭다 하소연 하더라
나무 뿌리에 외로움을 삼키는 자양분
흔들림의 천둥 번개가 거기에 있다
산. 집. 마음. 사랑을 태우는 북극의 산야
석양노을에 타고있는 촛불이 깜빡이고
신의 이름으로 구원받지 못할 8월의 메아리
빛 바랜 마음에 불꽃이 탄다
8월이 익어가는 들녘의 해이(hay) 덩쿨
용기는 희망을 저버린 타버린 눈물
숯불로 피어나는 모자익한 사랑의 절규
익어간다 7월이 주고간 염원
녹음 속을 헤매는 그리움 하나를 찾자
그 해 잔인한 8월이 가면
촛불 속에 불타는 2만년을 살아온 나무 한그루
얼마나 울어야 생존을 달관하고 해탈의
장대비를 맞으며 저 황야를 걸을까
<시작 노트>
1996년 한국예술인 총연합회 성기조 회장이 발간하는 종합문예지의 원고 청탁을 받고 발표된 작품으로 아득한 추억이 아롱집니다. 그 해 8월의 작품을 수정, 퇴고를 함은 2023년의 8월은 그 옛날보다 더 잔인하게 우리의 곁을 난자하고 있습니다.
미국 마우이 섬의 화재는 100여 명의 생명과 재산을 잿더미로 만들었고 천여 명의 귀한 생명이 행방불명이라 합니다. 이 지구에 이런 재앙이 난무함에 아연실색을 합니다. 제가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이곳 캐나다에서도 산불은 몇만 헥타르를 태우고 아직도 타고 있습니다.
신이 인류를 얼마나 미워하기에 이렇듯 쉬임 없는 벌을 내리실까 생각합니다.
콜럼비아 아이스필드를 오르는 곳에는 2만년을 살아온 보잘 것 없는 나무 한그루가 자화상처럼 저의 심장을 자맥질 합니다.
아 옛날이여! 저 이유식이 그리는 그 님은 어디에 있을까? 누군가 말 좀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민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