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시단
아! 가을인가?
(이유식 시인)
은행잎이 우수수 내 어깨 위에 떨어졌었지
나는 단풍잎 떨어진 산야를 생각하며
은행잎처럼 물들었다가
낙엽처럼 떨어지는 생존의 뒤안길을 생각했어
그리움이 밟혀 없어지고
겨울 찬바람에 눈보라를 맞이해야 하는
성하의 나뭇잎들이
아름답게 물들었다가
어디론가 굴러가는 것을 보았지
나도 모든것 훌훌 털어 버리고
정처없이 굴러가고 싶었어
나만을 기다리며
나만을 기다리는 그 사람 곁으로
이 세상 제일 아름다운 단풍잎이 되어
그 사람의 창가에서
바람소리 되어 불어주고 싶었는데
만삭의 달이 하품을 하고 있었지
아~!
세월과 병마 속에
떨어지는 눈물을 보았어
(민초 이유식 2023년 가을, 조국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