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이유식 시인의 인생길 산책(135)

*<피셔크릭 공원의 5계절>

4계절을 넘어 5계절을 찾아 강가를 걸었습니다. 4계절이 수 없이 오고가도 만나지 못한 그 이를 5계절이 온다면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의 날개를 흔들며 공원길 보우강가를 정처 없이 걸었습니다.

언젠가 나에게 5계절이 오리라는 상념을 씹으며 강물 위를 날으는 물새들 오리떼들이 벗을 하자며 강물 위와 나의 머리 위를 배회한답니다.

무작정 만나리라는 5계절의 벗들은 민들레 흰 머리털을 휘날리며 나의 옷깃과 귀밑머리를 흔들며 소리없이 바람으로 날아간답니다. 바람으로 날아가는 바람에는 바램을 잉태한답니다.

멀지 않아 이 공원에는 알버타의 꽃 들장미가 지천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들장미꽃 필 때면 나의 병마도 강물따라 흘러가리라는 바램의 베토벤 소나타 8장이 연주될까?

아니면 남아공의 만델라 대통령이 절해고도의 감옥에서 27년간의 수형 생활에서 아즈위(AZWIE) 즉 희망이란 두 글자를 심장에 묻어두고 찬란한 그의 인생의 빛나는 업적을 남긴 4계절을 맞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망상의 파도가 나를 괴롭힙니다.

눈을 감고 파아란 하늘 흘러가는 뭉개구름을 보며 옛날에 썼던 <겨울 공원의 벤치> 라는 자작시 한편 전문을 여기에 옮겨 봅니다.

"하이얀 눈이 쌓였다고 //어느 누구도 앉아주지 않는 벤치// 언젠가 쨍하고 햇빛들면// 누군가 찾아와 나를 밟기도 하고// 앉아 시시닥 비비닥 하기도 한다// 의자야 겨울 속의 벤치야// 누구도 앉아 주지 않는다고// 서러워 말라// 봄 여름 가을이 오면// 언제나 수 많은 사람들을// 내 살같이 포근히 감싸주지 않았더냐// 너는 알고 있지 않느냐// 많고 많은 사람들 중 몇 사람이// 노약자 가난한 자 힘 없는 자를 위하여// 자기의 등을 내어주고// 자기의 심장에 앉아// 편히 쉬어가라는 자 있더냐// 이 겨울이 가면// 갈 곳 없는 노숙자들// 힘 없는 자 돈 없는 자를 위하여// 자기의 등을 내어주고// 자기의 심장에 앉아// 편히 쉬어가라는 자 있더냐//이 겨울이 가면// 갈 곳 없는 노숙자들// 생존의 실의에 빠진 수 많은 사람들// 청춘 남녀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들// 마음 놓고 토해 내어도// 영원한 비밀 지켜주지 않더냐// 돈 많고 잘 났다는 사람들아// 명예 자랑말고// 잘 났다 하지 말아라// 겨울 공원의 벤치// 외로움과 고난 속에 살아가도// 자기의 몸이 낡아 빠질 때 까지// 남을 포용하고 사랑하며// 희망을 안고 살지 않느냐// 뜨지 말라해도 태양은 뜨고// 석양이 오면// 그 태양빛// 서산으로 넘어간다//

(이 작품은 6년전 초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보우 강물과 머리 위를 배회하며 날고 있는 오리 떼를 벗하며 썼던 작품입니다.)

이제 나의 인생도 4계절을 넘어 무한의 영원한 안식을 찾아가는 5계절을 맞이할 날이 몇날이 남았을까를 더듬으며 파아란 하늘 저 멀리서 들려오는 탁란의 울음소리 요란하고 존재의식의 우수에 눈을 감습니다.

5계절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어머니를 찾아가 만나리라는 상념을 삼키며 사바세계에서 허둥대는 이 낭인에게도 그리움 하나 어머니를 만나 얼싸안고 이승에서 불효했던 죄 용서를 빌며 실컷실컷 울어 볼 것입니다.

몇십년을 혼자 찾아와 웃기도 울기도 한 이 피셔크릭 공원아 덧없는 인생길 세월을 탓하며 병마를 탓하며 무명의 유명시인 필을 놓는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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