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시인의 인생길 산책 (124)
‘잃은 것보다 찾은 것이 귀해서’(이강신)를 읽고
뜻밖에 귀하고 귀한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살다가 보니 알지 못하는 분들이 보내주시는 책이 가끔 있으나 그분들에게 감사함을 답신하지 못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합니다. 이번에도 제가 일면식도 없는 분의 귀한 옥고를 받게 되었습니다. 사연은 문무를 겸한 Y형을 통해 전해진 책입니다.
‘잃은 것보다 찾은 것이 귀해서’라는 티 없이 맑은 영혼의 생존의 여로를 진솔하게 쓴 논픽션입니다. 그저 서문이라도 읽어봄이 책을 주신 분의 마음에 보답한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해서 그만 한 장 한 장 책 한 권을 다 읽은 기록을 세웠습니다.
글이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실이 있을 때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기에 이 글 한 줄 한 줄의 진솔하고 고귀한 인간성의 소유자이며 양식이 넘쳐나는 아름다운 글이기에 이 책을 다 읽기 전에는 어떤 글도 읽고 싶지 않았음이 솔직한 저의 마음입니다.
본론으로 이 책은 저자가 40여 년간 뇌졸중의 환자인 남편을 보살피는 순애의 사랑입니다. 간단히 한 줄로 정리한 저의 졸견이지만 234쪽의 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읽으며, 저자의 너무나 인간적이고 성실한 삶의 내면을 읽을 수 있기에 한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즐거움과 희비의 쌍곡선에서 피치 못할 순간을 극복하는 인내의 한계를 엿보면서 탄복을 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즉 참고, 희생하고, 봉사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생존의 존엄을 아름답게 관조하며 살아온 화자의 마음을 더듬을 때 독자들이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22살의 꽃다운 나이에 결혼 상대와 일면식도 없었건만 목사님의 아들이란 믿음 하나로 이 멀고먼 캐나다 땅을 밟은 신부, 화자의 남편은 화자보다 7년의 연상이었으나 에드몬톤의 김형도 목사의 자제라는 믿음 하나로 화자의 운명을 맡긴 남자, 그는 김정덕이라는 만능 스포츠를 즐긴 성실한 호남형의 건장한 남자였으나 고작 화자의 결혼생활은 11년으로 막을 내리고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게 됩니다.
그 후 남편의 그늘에서 여자의 행복을 상상하지도 가져보지도 않고 40여 년 남편의 병간호로 화자의 삶의 여정을 맡기고 살아온 내력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너무나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화자의 어머니가 43세에 얻은 막내 딸을 의지할 곳 없는 외국으로 출가를 시킨 심정은 어떠했을까를 상상하면 심장이 멈추어지는 듯합니다.
한마디로 화자는 현 세대에서는 믿어지지 않는 열녀라는 칭호를 붙여줌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한 남자의 아내였고 한국의 자랑스러운 어머니 상 입니다.
오직 하느님만 생각하는 영성, 그 영성 하나만 의지한 정성된 마음으로 40여 년을 지극정성으로 남편을 보살피며 두 분 자녀를 훌륭히 키워서 출가를 시킨 힘, 이는 우리 한민족의 자애의 힘이 아니라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영성의 끝은 어디일까. 잠시 ‘지성에서 영성으로’ 생존의 가치관을 바꾼 한국 최고의 지성인 중의 한 분,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며 평론가, 시인, 예술원 회원이셨던 박사의 삶을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이 박사는 70이 넘어 위와 같은 책을 집필을 했으며 그 원인은 사랑하는 딸 이 민아 목사의 파란만장한 생을 마침에 큰 충격을 받았음도 있으리라 사료해 봅니다.
지금 인기 탈렌트 최명길과 같이 살고 있는 정치가 김한길이라는 분이 사랑하는 딸이 이혼을 함에 얻은 인간적 배신으로 인해 그 딸이 신앙에 심취하여 목사가 되었으나 끝내 숱한 질병과 싸우다가 순명을 하게 된 것이 큰 원인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즉 이 박사의 책 중 서문에는 하느님 만약 민아가 어제 본 것을 내일 볼 수 있고 오늘 본 내 얼굴을 내일에 또 볼 수 있게만 해주신다면 저의 남은 생을 주님께 바치겠다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아 목사는 연전에 고인이 되었기에 딸을 그리는 아버지의 애통한 심정을 누군들 알 수 있겠습니까.
이강신 권사의 ‘잃은 것보다 찾은 것이 귀하다’는 책의 내용도 한마디로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이 외국 땅에서 남편이 병마로 쓰러지자 영성 하나만으로 남자가 할 일을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서 처절한 삶의 생존현장에서 40여 년을 남편을 간호하는 그 사랑은 예수님 사랑의 영성을 뼈 속 깊이 간직함이 없었다면 불가했으리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린 두 자녀를 훌륭히 키우며 남의 눈에 인격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면서 살아오신 생애는 남편을 잃은 것보다 어쩌면 더 귀한 것을 찾았다는 생각으로 정리함에 부끄러움이 없으리라는 찬사를 보냅니다.
저의 바램은 22살 결혼에서부터 11년간의 여인으로 행복했던 삶 그 후 40년을 한 남자를 사랑했던 고난의 인생 여정에서 벗어나 앞으로 40여 년 더 영성 가득한 마음으로 행복한 생존이 펼쳐 지시기를 기원하며 간단히 독후감에 대신하고자 합니다.
한 마디 더 첨언을 한다면 6월 초 카우와이 휴가 길에 제가 쓴 시 ‘태평양이 외롭다 합니다’란 시제의 한 행, 신앙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왜 신앙이 없을까를 생각하며 파도 치는 태평양을 보며 나도 파도처럼 철석였습니다.
뿐만 아니고 참 신앙인의 삶을 각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파아란 하늘에는 흰 뭉게구름이 떠있고 오늘도 새들의 지저귐의 소리를 듣고 있는 하루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