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사철의 부활을 꿈꾸며

-‘빵’에 밀려 위기에 처한 인문학

-한강 노벨상 계기로 되살아났으면

한인사회의 음악회나 미술전시회, 출판기념회 등 문화예술행사에 가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타까운 심정이 앞선다.

저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해 본인들은 얼마나 땀을 흘리고 고생을 했을까.

사람들은 저런 노력의 가치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도네이션이라도 좀 넉넉히 했을까?

0…하지만 이민사회에서 문학이나 예술활동을 해나가는 것은 결코 녹록지가 않은 일이다.

저 위치까지 도달하기 위해 무수한 고난을 거쳤겠지만 현실은 그것을 보상해주지 않는다.

돈벌이가 되는 일을 하지 않고 창작일에만 전념하는 것은 곧 춥고 배고프다는 얘기 밖에 안된다.

누군가가 곁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언제나 궁핍하게 살 수밖에 없다.

0…물질만능 시대에 인문학이나 예술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은 점점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오로지 돈을 많이 벌어 부유하게 사는 것이 지상목표가 된 이 시대에 예술이니 문학이니 역사, 철학을 운운하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이러니 우리네 자녀들도 의대나 법대, 상대, 공대 등 취업이 수월한 쪽으로 가길 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0…문과(文科)는 통틀어 Liberal Arts 라고 한다.

그중에도 인문학(人文學)은 Humanities 라고 한다.

인간의 사상 및 철학,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이란 뜻이다.

0…자고로 모든 학문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고대시대부터 모든 학문의 뿌리는 인문학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인문학은 기계적인 돈벌이와 기술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0…문학, 사학, 철학을 일컫는 이른바 ‘문사철’ 학과는 졸업 후 취업이 어려워 청년들이 기피하고 있다.

주변 친지의 자녀들이 이런 분야를 공부한다면 걱정부터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한인 자녀들 중에도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만 인문학을 전공해 성공했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순수 인문계통 공부를 한다면 “그거 해서 밥 먹고 살겠나”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다.   

0…지금 세계적으로 인문학과 순수기초학문 분야가 급격히 쇠퇴하고 취업이 잘되는 학과에만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이 만연해있다.

대학에서의 인문학 위기가 운위된 지는 이미 오래다.

취직 관련 전공학과는 경쟁이 치열한 반면, 인문학과는 ‘시장성’을 지닌 다른 학과로 속속 간판을 갈아 달고 있다.

극심한 청년 취업난 속에 전공과는 무관한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대졸자들도 많다.

대학졸업장이 결코 ‘빵’을 보장해주지 않는 현실에서 무수한 청춘이 좌절하고 있다.

0…하지만 인문학을 기피하는 현상엔 분명 문제가 있다.

기계적으로 경영학을 공부하고 법을 전공한 사람이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어찌 이해하고 올바른 기업활동을 하거나 정당한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는가.

한국에서 일반국민들의 상식과 전혀 동떨어진 기소와 판결이 나오는 것은 법률가들이 청춘시절 육법전서에만 매달려 교양서적 읽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0…세상은 갈수록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경제성장과 개발, 재테크 등 물질주의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거대한 물질문명 속에 황폐화되고 피로해진 이 세상에 필요한 것은 인간 내면의 영혼과 가치이며, 그것을 살찌울 문화적 환경과 인문학적 소양이다.

철학과 사상이 빈곤한 사회, 영혼없이 돈만 추구하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는 결국 쇠퇴하고 만다.

0…특히나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오로지 ‘빵’만 찾아 나서는 사회에 미래가 있을까.

영혼없는 인간들이 눈에 불을 켠 채 돈만 쫓아다닌다면 이 세상은 어찌 되겠는가.

그나마 빵도 제대로 익어야 풍미(風味)라도 있을 터인데 모두들 덜 익은 빵을 찾아 헤매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0…이런 인문학의 위기 한가운데 날아든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책과는 담을 쌓고 지냈던 사람들이 서점으로 물밀듯 몰려오고, 대학가 강의실에도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밥 굶기 십상이라고 외면당하고 무시당해온 인문학…

한강 작가의 노벨상을 계기로 활짝 만개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이용우: 온라인 한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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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한인뉴스 대표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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