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시단
<존엄의 창窓 3>
석굴암 부처님
여명의 첫 햇살 듬뿍 마시며
영원의 빛을 품어 만인의 자랑이건만
그 자화상 속에 고독이란 빛이 새어 나옵니다
두메산골 나의 조상 도촌 선조
후손들은 생육신이라 자부심을 노래해도
떠난 사람 말이 없고
그 씨족 날개의 핏줄 바람 타고 흘러흘러
나 이방인이 되어 외로움을 노래합니다
숨죽인 로키산 바위 사이사이
노아의 홍수에서 살아남은 조개껍질 입을 벌리니
그때의 파도소리 나의 벼갯잎 적시며
들꽃으로 피어나 아리랑 아리랑 쓰라리요
서로를 모르는 황홀한 비밀의 숲
이 순간 토해내는 나의 숨소리
몇 천년이 지나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잠겨들까
떨고있는 견우와 직녀의 달 그림자
그리워라 동구밖의 성황당 고갯길의 비밀
내 그리는 여인 누구를 위하여 옷을 벗을까
(이 유식 2022년 3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