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시단

거미집 2

(이유식 시인)

밝은 대낮이다

거미 한 마리 벽을 기어 오른다

오르고 올라도 갈 곳 없는 방안의 벽

그래도 기어 오른다

무작정 기어오르는 거미지만 앞길 예측한다

 

예측이 유한함을 알면서

그 유한한 한계를 잃지 않으려는 성실성

내일 위한 저승으로 갈 예행 연습이다

 

방구석 뱅뱅 돌다가 갈 곳이 없으면

저장해두었던 곤충을 먹는다 먹어

 

방 속의 거미, 방을 몇 바퀴 돌고나면

방구석에 장대비 쏟아지고

세파에서 만났던 인연이 가변하면

거미줄에 휩쌓인 거미구슬을 만들어

진주 목걸이 진귀한 귀걸이에 쌓인 거미

 

인간 세상의 변화에 몸살을 앓는다

고진감래가 인고의 생의 한탄으로

발악하는 거미 그렇게 흙이 되더라

……………………………………………..

<詩作의 産室>

2021년 거미집 1을 발표했었다. 거미집 1은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 왔다가 혼자서 가는 길을 상상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화자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길은 화자나 다른 어떤 사람도 빈부의 차가 필요치 않은 인간 본능을 노래한 것이었다.

이번 거미집2는 조국이나 이방이나 인간이 살아가는 길은 다 같기에 어디에서나 독거노인도 있다. 특히 북미에서는 개인주의의 발달로 자식도 18세가 넘으면 부모곁을 떠나고 부모는 그때부터 부모나 자식의 관계는 멀어지기에 북미의 연로한 노부부의 삶이란 거미집과 같은 생활을 함은 당연하다. 이는 북미뿐이 아닌 조국의 현실을 투영해본 작품이다.

조국은 요양원에 연로한 노부부가 가는 곳이 상례인 것 같다. 성장한 자녀가 잘 살아도 부모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한다. 신문을 읽으며 가끔 아연실색할 때가 많다.

1연과 2연에서 화자는 말한다. 우주가 아닌 지구, 지구가 아닌 조국, 조국이 아닌 이 캐나다 로키산 밑에서 방랑의 둥지를 틀고 한 생을 보내며 생존의 울타리를 만들고자 했던가. 그 인연의 고리는 어디에서 연유했던가.

그 업보는 어떻게 파생되어 여기까지 흘러와 조국과 친지와 이별하며 생을 영위함에 자조의 연을 노래하는가. 거미가 지어 올린 거미집은 내가 이방의 뒤안길을 헤매며 지어올린 많은 나날과 같은 인고의 고난이리라. 그 고난의 고통을 내가 어이 잊을 수 있으랴. 거미도 나와 같음을 음미코자 한다.

3연에서는 인연 때문에 끊을 수 없는 믿음 그 믿음은 신앙적 믿음을 초월한 만물의 생성과정에서 자아의 각성을 논한다. 특히 이성을 가진 인간은 미물인 거미의 노력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됨을 역설한다.

사람만이 제일이라는 인본은 미물이나 자연을 무시할 수 있으나 사람과 이성이 유한함도 자연의 이법과 미물이 존재하기에 인류는 발전하고 있슴을 상기하자고 화자는 애를 태우는 것이다.

마지막 연에서는 그리움은 어디에서나 있고 그 존재가치를 간직함에는 지고지순한 사랑이 있음을 안다. 때로는 화자 자신의 희생이 미물을 위하여 가혹한 형벌을 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있기에 순환하는 생존의 법칙에는 존귀의 차이가 없음을 각인코자 한다.

설사 화자가 진실된 삶의 가치를 찾으려 방황한다 해도 후회는 않을 것이다. 이는 뜻하지 않은 손해를 본다 해도 인간으로서 그 삶의 진가를 찾을 수 있다면 기쁨이라 생각코자 한다.인류가 찾아가는 평화와 정의로움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갈망하는 마음이 있다.

역설이라 해도 뜻있는 생존을 찾아 애를 태우며 삶의 뒤안길을 방황하리라. 이는 전생에서 거미와 화자가 만났던 인연의 끈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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