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시단
수선화(水仙花)
집 앞뜰 혹한의 산고를 삼키며
수줍음에 몸살을 앓던 네가
내 가슴 속을 파고드는 그 순애를
내 어이 하라는 말이냐
매년 봄 나를 찾는 청순하고 화사한 나신
365일 여명과 석양의 나의 넋두리는
수 많은 꽃의 환호 나를 부끄럽게 하는
로키산 계곡의 들꽃이 되었으니
너의 향기 내 육신을 조롱하고
하늘을 쳐다보니 하늬구름은 길을 잃었구나
소문 없이 날아가는 새들의 울음소리
내 나이에 몽정을 토해내게 하는 너
눈감고 눈뜨고 먼산을 보게하는 파도소리
내 마음 속의 달무리지는 서러움
외딴 섬을 때리는 사랑의 세레나데여
노오란 입술로 내 가슴을 쪼아대는 꿈이여
(이 유식 2022년 4월 10일)
<시작(詩作)의 산실(産室)> 수선화는 나의 집 조그마한 화단에 봄마다 나를 제일 먼저 찾아 온답니다. 그 연약한 듯하면서도 강인한 성품의 노란색에서 이제는 여러 색깔로 내 가슴을 어루 만집니다.
백과사전을 뒤적여 보았더니 수선화는 옛날 그리스 신화에서 <나르키소스>라는 지구상의 제일의 미남이 살았답니다. 수많은 여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그는 많은 미녀들의 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순정의 여인이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를 찾아가서 자기의 연정을 모른체 하는 나르키소스도 자기가 느끼는 것 같은 아픔을 겪게 해 달라고 앙청을 합니다.
산양길에 올랐던 <나르키소스>가 갈증이 나서 산속의 우물에 물을 마시고자 자기를 비추어 보게 되며 물 속에 뜬 자기의 얼굴을 보게 됩니다. 이때 그는 자기가 자기의 용모에 반하게 되어 그 샘물을 응시하다가 허기진 몸으로 샘물에 빠져 죽게 되었답니다. <나르키소스>가 죽은 그 자리에 피어난 꽃이 수선화 꽃이랍니다. 한마디로 자기 사랑의 극치를 말하는 전설로 그 후 사람들은 자기 자랑에 빠진 사람들을 나르시즘이라 명명하게 되었지요.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 자랑, 자기 사랑, 자존심이 강한 사람 등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답니다. 나는 여기에서 잘나도 못난 척 명예와 돈이 많으면서도 검소하게 살아가며 자기의 주어진 삶을 감사히 생각하며 겸양을 미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대접을 받는 사회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답니다. 민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