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시인 <인생길 산책>

생존, 그리고 사랑과 문학(1)

2021년 영원히 못 올 한 해를 상상하며 우연한 기회에 Google.com에 들어갔더니 내가 2011년에 발표했던 글 중에서 상기 주제의 글이 읽혀지고 있음을 알았다. 이번 주에 보들레르의 일생에 관한 글을 쓰고자 했는데 그보다 2022년 임인년 새해 벽두에 옛 글을 한번 더 음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다시 수정 보완하며 4회에 걸쳐 이 주제의 글을 발표코자 한다. (필자 주)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소유하지 않는 생존과 사랑 그리고 문학이 있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근세사에서 위대한 시인 "라이나 마리아 릴케"(1825-1926)는 1875년 12월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그는 1926년 자신을 찾아온 연인에게 장미꽃을 꺾어 주려다 장미 가시에 찔린 것이 화근이 되어 스위스의 발봉에서 51세로 세상을 떴다.

독일어권의 현대시의 대표적 시인으로 칭송을 받고 있는 그는 유럽의 여러 나라, 러시아, 아프리카, 스페인, 북극 등을 떠도는 방랑생활을 하며 수 많은 연인을 만나며 사랑을 속삭였고 2000여 편의 유작을 남긴 시인이다.

그는 말한다 "나의 꿈들은 얼마나 너를 향해 소리쳤는가" 사랑이 없었다면 시를 쓸 수가 없었고 시가 없었다면 그 많은 연인을 가질 수가 없었으며 이 시는 문학의 한 장르로서 그의 생존을 아름답게 승화시켰고 위대한 시인으로 남을 수 있게 했다는 생각이다.

 나는 지금 북극의 낮 달에 타오른 아지랑이가 칼바람을 타고 벼랑 위에 한송이의 눈꽃으로 피는 것을 보고있다. 그림자는 눈꽃 속에 적셔지지 않으며 결코 바람을 싫어하지 않는다. 비록 은하수 무수한 별빛 속에 너와 나의 반짝임이 없다 해도 생존과 사랑은 이어지고 문학은 살아있다.

여기에서 사랑은 모든 것의 시작이요 끝이라는 생각을 한다. 창조주를 제외하고는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시인이 붓을 들게 만드는 것도 사랑이요 붓을 내려놓게 하는 것도 사랑이라는 생각이다.

흔히 여기서 시는 철학이라 말하지만 나는 철학은 삶의 방편을 모색하는 학문이며 시는 언어 예술인 것이다. 언어예술을 통한 인간의 순수한 정서를 순화시키고 승화시키는 것이 시라고 말해 본다. 결국 사랑이란 어떤 모습인가는 바라다보는 사람의 실체라는 생각을 수 없이 해본다.

현대의 디지털 문명은 인간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소통 방법을 혁신적으로 개선하였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보다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기계화를 추구하게 된 결과 뜻하지 않게 인간적 소통과 내면을 깊이 알 수 있는 길을 제거했다는 생각이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일이지만 현대 사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의 생존이 보편화되는 시대이기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며 살아야 한다. 현대의 우리의 생존은 원천적인 인간소외 속에서 사랑을 망각하고 더욱 깊고 깊은 고독과 외로움에 빠져드는 생활인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서 사랑이란 문학 도덕 철학 종교 등 기타 학문에서 가장 근본적인 관념임에 틀림이 없다. 일찍이 동양사람들은 인仁, 자비慈悲라는 사상을 모체로 살아왔었다. 공자는 효도는 인간의 근본이며 이를 가족을 벗어난 타인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실천하는 것을 인도仁道라고 하였다.

또한 공자는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고 하였는데 이는 타인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거기에서 서로 상대를 연민 위로하는 사랑이 생겼다고 규정지었다.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인의 시작이라 했다. 즉 살아있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데서 사랑이 생긴다고 하였다. 불교의 자비에서 자(慈)는 진정한 우정이며 비(悲)는 연민과 온정을 말한다. 자와 비는 거의 같은 뜻으로 결국 하나의 뜻이다.

부처님은 너와 나를 하나로 보지 않고 이분화 시키면서 보면 각자는 보는 시선의 방향만큼 사물을 보는 견해차이가 생기므로 그 차이를 없애는 것이 자비심의 기초라 갈파하고 있다. 예컨대 신발을 바꾸어 신으면 그 사람의 진정한 입지를 알게 될 것이다.

예로부터 동북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자비라는 단어 하나로 사랑 관념에 동질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왔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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