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조국' 토론토 22일 상영

두 조국에 빠진 한인 회계사 김동욱

홀로 '그대가 조국' 토론토 상영 추진… 260석 매진 임박

*김동욱 공인회계사

(토론토=조 욱 기자) "좌석이 꽉찬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조국 전 장관께 보내드리고 싶다."

캐나다 공인회계사 김동욱(57)씨는 '그대가 조국'의 토론토 개봉을 위해 몇 달 째 분주하다.

 미국 LA 등에선 진보단체의 주관하에 이 영화가 상영됐지만, 토론토 한인사회는 김씨가  홀로  '배급사 접촉부터 상영관 예약까지' 전 과정을 준비한 것이 특이하다.

 그는 영화상영 당일 진행을 도울 10명의 자원봉사자도 모두 지인들로 채웠다. 상영일은 오는 22일(목) 오후 7시.

 김씨를 비롯한 한인들의 자발적인 동참으로 페어뷰 도서관(35 Fairview Mall Drive) 내 상영관은 14일 현재 260개 좌석 중 250석이 팔려 매진을 앞두고 있다.

 앞서 미국 LA에서도 매진을 기록했지만 좌석수는 160개였다. LA 교민인구가 토론토(한인 10만 명)보다 10배 많은 것을 감안하면 적지않은 성과라 할 수 있다.

 지난 10일부터 김씨를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하던 중 궁금증이 몰려왔다.

 "회계사라면 한인들이 주고객인데 비즈니스 세계에서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불문율임에도 진보진영조차 입을 다무는 '조국 이슈'에 굳이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 전 장관과 개인적인 인연도, 일면식도 없다는 김씨의 대답은 소박했다.

 "그 분께 최소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해외에서 일어난 활동을 보면서 덜 외로워하길 바란다."

 그는 특히 보수와 중도층, 그리고 정치에 관심없는 한인들이 와 주길 바랬다. 일단 다큐멘터리를 보고나면 그동안 몰랐거나 잘못 알려진 것을 알 수 있다는 것.

 관객을 모으다 그는 한 번의 좌절을 경험했다. 20대 한인청년 40여명에게 무료 초대를 제안했으나 단 한 명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온라인 한인커뮤니티를 통한 젊은층 모집에도 실패했다.

 주변 지인들로부터도 '뭣 하러', '굳이 왜'라는 핀잔을 적지 않게 들었다. 무엇보다 득보다 실(失)이 큰 무모한 행동이라는 것.

 "하는 일에 대한 공명심 같은 것은 추호도 없다. 나는 그저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나에게 피해가 돌아오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나는 용기있는 사람도, 칭찬받을 만한 사람도 아닌 개인주의자이자 평범한 행동가일 뿐이다."

 연세대 행정학과 83학번인 그는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그 흔한 데모 한번 참석하지 않은 '자칭 보수주의자'였다. 진보 운동권 학생들의 내로남불 모순적 행동이 싫었던 이유도 컸다.

 그런 그가 큰 전환점을 맞이한 계기는 '세월호 사건'.

  "인터넷을 통해 극단적이지 않으면서 생각이 깊은 여러 글을 접했다. 과거 제대로 아는 양 생각하고 말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향된 언론에 의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 알게 됐다. 지금 한국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다. 검찰과 언론의 개혁없이는 한치 앞도 정상적인 발전을 할 수 없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광기어린 무차별적 공격을 지켜봤고, 누구보다 그 고통을 알고 있음에도 최소한의 보호조차 하지 않았던 문 대통령에게 실망했다."

 김씨는 한국선거에 투표권이 없는 한국계 캐네디언(Korean Canadian)이지만 조국에 대한 애증의 끈은 놓을 수 없다. 삶 속에 항상 두 조국(祖國·曺國)이 버티고 있다.

 "주위에선 캐나다 살면서 왜 그렇게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냐고 하는데 나는 캐나다건, 한국이건, 사회적 불평등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을 원한다. 한국서 21년, 캐나다서 36년을 지내 해외에서 오래 살았지만, 사회구조적 문제가 심각한 한국의 정치·사회에 더 주목하게 됐다."

"검찰의 칼은 당신을 향할 수도 있다"

 작년 5월25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그대가 조국' 다큐멘터리는 2019년 한국 전체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지명부터 사퇴와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에 대한 대법원 판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 다큐 최초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이승준 감독이 연출했다.

 교수 시절부터 검찰 개혁을 주장해 온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자마자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갑자기 온갖 의혹이 쏟아져 나오면서 정 전 교수가 이례적으로 소환조사조차 없이 바로 기소된다.

 영화는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에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과 조 전 장관의 목소리를 담았다. 당시 봉사 표창장 관련수사에 특수부 검사 수십 명이 동원되고 대규모 동시다발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의도적인 과잉 수사', '멸문지화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해진 양식조차 없었고 광범위하게 남발되던 표창장 하나때문에 조 전 장관의 자녀들은 2년 가까이 엄마와 따뜻한 식사 한 번 못하고 있다. 그런 자녀를 바라보는 아비의 심정은 오죽할까.

 결국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으로 지난 1월27일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최종 확정됐다. 정 전 교수는 2024년까지 2년을 더 감옥에 있어야 하고, 조 전 장관도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여전히 법정을 드나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구명 노력에도 현실은 달라진 것이 없다.

 "가끔 '내가 조국 전 장관이었다면'이라고 반문한다. 나라면 절대 (장관을) 안 했겠지만 조국 전 장관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혼자 떠 안았다. 내가 '조국의 시간' 책을 사고 '그대가 조국'을 상영해도 그의 가슴 속에 박힌 큰 응어리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검찰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바뀌는 건 없지만 나는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히려 내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에 감사하다." 문의 chokuktoronto@gmail.com

Previous
Previous

14시간 대기 10초 조문

Next
Next

“19일에 은행도 문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