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marginal man)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이민 1세대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한 주변인 신세

*한국-일본의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재일동포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 ‘파친코’

나는 가끔, 아니 수시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는 캐나다인인가, 한국인인가?

여권(Passport)엔 분명히 국적이 CANADA라고 돼있지만 왠지 어색하다.

일상의 거의 모든 삶이 한국식인데 신분은 캐나다인이라?

0…Marginal man(people)이란 용어가 있다.

사회심리학(social psychology)상 용어로 ‘사회 문화양식, 특히 언어, 이념, 가치 기준을 달리하는 두개의 집단에 동시에 귀속되는 사람’을 뜻한다.

굳이 어원을 따지자면, 상업적 이득을 뜻하는 마진(margin)에 접미사 -al이 붙은 것인데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

즉 ‘미미한, 주변부’의 뜻이다.

0…Marginal man은 그야말로 사회의 중심에 들어가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도는 사람이다.

한국말로 ‘경계인(境界人), 사회의 주변인(周邊人) 등으로 불린다.

경계인은 어떤 문화집단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버릴 수 없으면서, 또 다른 문화에도 완벽히 적응하질 못한다.

쉽게 말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처한 사람을 말한다.

0…우리같은 이민자, 특히 1세가 바로 경계인(주변인)이다.

재일동포들의 숙명적 현실을 다룬 재미작가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Pachinko, 2017)나, 우리가 살고 있는 토론토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인들 삶을 다룬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 등에 이민자들의 현실이 담겨있다.

이들 작품을 보면서 정서적 동질감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곧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0…이민 온 지 30년~50년이 넘었건, 이제 막 유학을 왔건, 한국 문화와 캐나다 문화 사이에 서 있는 우리는 모두가 경계인이다.

이민 1세들은 자녀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캐나다 문화에도 빨리 적응하는 것을 보면서 흐믓해 한다.

아무리 흉내를 내려도 어색하기만 한 그 원수같은 영어를 저렇게 잘하다니…!

반면, 정작 부모들은 캐나다에서 수십년을 살아왔다면서도 도무지 영어가 느는 것 같지도 않고, 캐나다 시민권자가 된 후에도 문화적으로는 한인사회의 틀에서 거의 벗어 나기가 힘들다.

0…나는 올해로 이민생활 25년째를 맞는다.

한국인이 한창 쏟아져 들어올 때인 2000년에 이 땅에 발을 디뎠다.

이민 첫해 광복절 날, 교회에서 기념식을 하면서 애국가를 부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이어 ‘O Canada’를 부르는데, 당시엔 가사도 모르거니와 주변 한인분들이 캐나다 국가(國歌)를 제창하는 모습이 왠지 어색했다.

“Our home and native land!…”

나의 조국이라… 정말 맞나?

0…이런 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과연 캐네디언인가.

이같은 정체성 혼란을 겪는 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일상의 틀이 한인사회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캐나다 현지 문화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

김치찌개, 비빔밥, 된장국에 길들여져 있기에 어쩌다 현지 레스토랑에 가면 무엇을 시켜야 할지 난감하다.

0…한인끼리 만나면 화제도 주로 한국 이야기가 많이 오간다.

그것이 정치에 관한 것이라면 자칫 언성이 높아질 공산도 크다.

특히 이민 1세의 경우 사고방식이 수십년전 이민 당시에 머물러 있다.

0…수십년 삶의 궤적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겠는가.

하지만 가끔은 스스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나는 이 나라에 왜 왔는가.

언제까지 경계인으로 주변만 맴돌며 살 것인가.

0…사람의 뇌는 주로 게을러지는 쪽으로 습관이 길들여진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패가 달라진다.

그러니 부지런히 수준높은 교양서적도 구입해서 읽고, 영어공부도 하자.

시시껍절한 (한국 관련) 유튜브나 보면서 그것이 지식의 전부인냥 착각하지 말자. (南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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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한인뉴스 대표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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