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속에도 햇살이”
<독자 기고>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힘든 일 반드시 지나가”
김선진(심리치료 상담사)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토론토에서 사회복지사 겸 심리상담가로 일하고 있는 김선진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저와 같은 많은 이민자분들께 저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입니다.
저는 16살, 13살 아들, 딸을 둔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사람의 아내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과 또 재혼으로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고, 이혼과 재혼의 반복으로 한참 예민할 10대에 새엄마를 두 번이나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새엄마가 너무나 무섭고 싫어서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 참 두려웠던 것이 기억납니다.
한동안 어른이 되어서도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처음 새엄마의 꿈을 꾸곤 했으니, 그때가 참 힘들었었나 봅니다. 이런 관계는 제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는 갈등으로 이어졌으며, 그런 환경 속에서 벗어나는 길은 한국을 떠나는 일뿐이라는 생각에, 일을 하면서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와 영어학원, 파트타임 일을 하며 3년 동안 돈을 모아 2003년 토론토로 오게 되었습니다.
2003년 처음 캐나다에 와서는 그리울 가족도 없는 나인데, 그렇게 한국이 가고 싶고, 모든게 그리워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힘들게 온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든 버텨야 했습니다. 토론토에 와서 좋으신 집주인 덕분에 일도 하고 컬리지도 가게 되었으며 곧 남편과 결혼식도 올리게 되었습니다.
친청도, 시댁도 그리 부유한 편이 아니어서, 누구의 도움 없이 시작하다 보니 정말 지금은 찾을 수도 없는 $450 지하에서 살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저는 비즈니스를 공부하다,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college에서 university를 가게 되었고, Teacher’s College를 지원해서 다니다 첫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학교를 휴학하게 되었습니다.
만삭의 배로 양손 가득 시장거리를 사오고, 아이를 낳고는 아이 유모차에 잔뜩 매달아 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눈이 오는 날에는 유모차를 남편과 힘차게 밀며 블루어길을 걸어 한국마켓을 걸어 갔었네요.
어느새 첫째 아이가 커서 놀이방에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저는 다시 파트타임으로 학교를 가기 시작했습니다.
3학년 말쯤, 저는 둘째를 임신하게 되었고, 둘째를 낳는 달까지 학교를 다니다 또 휴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둘째를 낳고는 바로 자궁염으로 입원해 응급실 병원에서 식구들 찾던 적도 지금 기억이 납니다.
아이 둘을 키우고, 남편은 긴 시간을 일을 하고 오면 피곤하여 저와 대화할 마음과 몸의 여유도 없어서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가 가장 힘들고 외로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민 오셔서 혼자 아이를 키우시는 어머님들이 얼마나 힘드신지 공감이 됩니다.
그때는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네요. 그래도 금방 둘째가 크고, 저는 드디어 7년 넘게 다니던 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졸업하고 자폐아와 뇌 손상으로 인해 행동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상주하는 곳에서 1년 일을 하게 되었고, 말을 할 수 없고, 표현의 답답함으로 행동이 쉽게 과격해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가족 누군가가 이런 문제에 부딪쳐 돌봐야 한다면 얼마나 그 일이 힘들고 인내심이 필요한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하면서 사회복지사가 되어 상담을 하고 힘든 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희망에 U of T, Master of social work를 지원하게 되었고, 그때가 큰아이는 다섯 살, 작은아이는 세 살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학교를 다니면서 과제로 한 시간도 못 자고 학교를 갔던 때가 많았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병원에 심리상담가로 취업을 할 수 있게 되어 우울증,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을 도와드리게 되었으며, 제가 일을 시작함과 동시에 남편은 일식 일을 그만두고 학교를 가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턴으로 일하던 병원에서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동기들보다 영어와 실력이 뒤쳐진다는 생각에 항상 두 배 세 배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력을 키우고 지식을 넓혀야만 이 직종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상담에 관한 트레이닝 기회가 있으면 어디든 갔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인정도 받고, Private Practice로 개인상담 일을 시작했고, 어느덧 병원에서 일한 지 3년 반이 되어갈 때 자리를 잡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2020년 어느 날, 점심시간 산책을 끝내고 사무실을 들어가는 중 주차장에 있던 한 운전자의 실수로 사고가 크게 나서 다리, 허리를 포함한 많은 뼈 골절과 심각한 외상으로 인해 한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게 되었습니다.
계속되는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주는 진통제는 너무 독해서 쉽게 토하게 되고, 밤에는 이런 억울한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났나 라는 생각에 병원에서도 잠을 이루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7년 동안 키우던 고양이도 신장에 이상이 생겨 하늘나라로 보내게 되었다는 우리 아이들의 전화를 받고 울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비디오 통화로 달래줄 수밖에 없는 내가 너무 싫더군요.
또한, 걷지 못하는 힘듦보다 화장실, 샤워를 하기 위해 간호사를 부르고, 누군가의 도움이 항상 필요하다는 것이 수치스럽다는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아이들을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다는 것도 너무나 힘들고 슬펐지만 아이들이 있어서 재활을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재활병원에서 퇴원을 할 때 아이들을 보고 안아줄 수 있음은 너무 감사했습니다. 퇴원한지 한달 반이 되었을까요. 회사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저를 해고한다는 통지였습니다. 너무나 기가 막히고 청천벽력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나를 어떻게 해고할 수가 있나? 저는 그 해 2020 우수한 직원으로 두 명만 받는 상도 받았기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눈물만 나오고 말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화가 나고 기가 막힌 상황도 시간이 지나니 해결이 되고 조금 내려놓으려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더군요. 한동안 휠체어를 타고, 다른 보조기구에서 지금 지팡이에 이르기까지 거의 3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 걸을 수도 있고, 조금씩 운동도 할 수 있고, 화장실을 가는 것도, 샤워를 하는 것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감사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 불의의 사고로 다쳐서 수치심을 느끼신다는 분들을 머리로만 이해할 수 있었는데, 제가 막상 다쳐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보니, 그분들의 마음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Private Practice로 자리를 잡아 마음도 어느 정도 평안을 찾았지만, 때로는 그때의 태풍을 상기시키는 일들이 가끔은 일어납니다. 또한 아직도 계속되는 아픔으로 약을 먹고 있지만, 걸을 수 있고, 운동을 할 수 있고, 가족과 같이 웃을 수 있음에 너무 행복합니다.
살면서 누구나 힘든 일들을 겪는데, 저는 그때마다 참 세상을 원망하고 싶었던 듯 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왜 나에게 일어났을까? 난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일까? 지나고 나서 보니, 이런 아픔과 고통들이 철없는 나를 조금은 어른이 되게 해주고, 이해심과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는 상담사가 되게 해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고통스럽고 힘든 시기를 겪고 계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조금이나마 이 글이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힘든 일도 반드시 지나가고, 나에게 교훈과 배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멀리서 얼굴을 보지 않은 제가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선진 씨 약력>
-토론토욕대학(York University) 인문학학사(Humanities) 2014
-토론토대학(University of Toronto) 사회복지학석사(Master of Social Work)– 정신건강전문(Social Work- Specialized in Mental Health)
경력
-Jkim Therapy상담소심리상담사 2018-2020 현재
-East GTA Family Health Team사회복지심리상담사2017-2020 현재
-Scarborough General Hospital 사회복지심리상담사 인턴2017
-Centre for Addiction and Mental Health (CAMH) 사회복지심리상담사인턴 20016
- North York General Hospital Family Medicine Teaching Unit 사회복지심리상담사 인턴 2016
프로페셔널 트레이닝
-정서중심치료 수퍼비젼– Les. Greenburg, 2019
-정서중심치료 2기, 욕대학심리치료센터 2019
-정서중심치료 1기, 욕대학심리치료센터2018
-심리적 트라마 1기, 마운트사이나이 심리치료센터 2018
-마음가짐정서치료 그룹치료, 마운트사이나이 심리치료센터 2018
-인지행동심리치료, 불안장애 치료 2018
-인지행동심리치료, 우울증 치료 2017